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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사진비평상-창작상 심사 총평》

 

행복한 심사

 

 22회 사진 비평상 심사는 즐거웠다. 젊은 작가들이 자신이 보고 겪은 세계에 관해 사진을 통해 말하려 하는 진지한 태도들이 그런 느낌을 불러온 것일 것이다. 응모자들은 대개 소재와 주제의 선택에 있어서 개인적인 시각에서 출발하는 사적 다큐적 관점을 취했다. 이러한 점은 근래의 유행이기도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가 처한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너무 크고 버거운 주제보다 개인적 접근이 가능한 것들을 찾고 있다는 것은 일단 상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작가들이 소재, 주제의 깊이 있는 해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보였다. 호소력 있는 소재였지만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 감각적이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바가 확실치 않은 경우도 있었다. 또 작업을 개인적으로 형식화하는 과정에서 눈에 안보이는 문턱에 걸려 헤매는 것이 보이기도 했다. 이는 기성작가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작가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받은 작가들이 최원준과 황준하였다. 안산에서 사는 최원준의 세월호 작업은 19세부터 10년간 지속된 작업이다. 그동안 그는 자신이 겪은 바를 말하기 위해 사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해 작가가 되었다. 세월호를 기록한 사진들의 상투성을 피하면서 때로는 피사체 가까이 다가가고 어느 때는 적당히 거리를 두며 자신이 보고 겪은 것들을 시각화했다. 범상치 않은 관점, 형식적 완결성을 보면 개인적인 절실함에 바탕을 둔 그의 세월호 작업은 아마도 운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준하 역시 어린 시절 겪은 가위눌림과 환상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서울의 밤이라는 소재의 깊이 있는 해석에 도달했다. 그의 사진은 형식과 색채의 균형, 사진이라는 매체를 사용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적절하게 보여주었다. 기억과 심리적 환상이라는 막연한 주제를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 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상을 받기에 마땅한 작품의 수준을 보여주었고 이에 심사위원 모두 일치된 의견으로 두 사람을 선정하였다. 근래에 드문 행복한 심사였고 그럴 기회를 만들어준 사진비평상 운영위원회와 젊은 지원 작가들에게 모두에게 감사를 표한다. 아쉽게 뽑히지 못한 작가들도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

 

심사위원들을 대표하여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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